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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여왕 서거] 최장기 70년 재위한 영국의 정신적 지주

송고시간2022-09-09 03:51

 
  
 

선왕 조지 6세 이어 25세에 즉위…대중적 존경·인기 누려

2차대전 이후 격동의 시기,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통합·안정 이끌어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영국의 상징, 영국인의 정신적 지주이자 영국을 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현대사의 주요 인물이다.

영국 최장기이자 세계 역사에서 두번째로 긴 기간인 70년간 재위하면서 뜨거운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독보적 영향력을 발휘했다.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 최장 재위 군주…2차대전 후 격동기 국민 통합

1926년 4월21일 태어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1952년 2월 6일 25세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아버지인 조지 6세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예상보다 빨리 왕관의 무게를 짊어지게 됐다.

여왕의 재위 기간은 70년 214일로 고조모인 빅토리아 여왕(63년 216일)을 훌쩍 넘어 영국 역사상 가장 길다.

세계적으로도 루이 14세 프랑스 국왕(72년 110일) 다음으로 두번째다.

영국 여왕은 영국뿐 아니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까지 15개국의 군주이자 53개국이 참여한 영연방(Commonwealth)의 수장이고 신앙의 수호자이자 잉글랜드 국교회의 최고 통치자다.

윈스턴 처칠부터 리즈 트러스까지 영국 총리 15명을 거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격동기에 영국민을 통합하고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대부분 영국인에게 여왕은 태어났을 때부터 늘 변함 없이 존재하는 바위같은 존재로, 영국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이뿐 아니라 올해 6월 즉위 70주년 기념 플래티넘 주빌리가 전국에서 성대하게 치러질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군주제에 반대하는 이들도 이날만큼은 한 마음이었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영국 군주의 역할을 균형있게 해내고 개인보다는 공적 역할을 앞세우고 근면성실한 모습이 오랫동안 국민 지지를 받은 주요 동력이다.

여왕은 일찌감치 선언한 대로 건강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군주로서 책무를 다하며 불과 이틀전인 6일까지도 신임 총리 임명 행사를 치렀다.

특히 70년 넘게 해로한 필립공의 장례식 때도 당시 정부의 코로나19 봉쇄 규정을 철저히 따랐다. 고령의 홀로 외로이 앉아서 남편을 보내는 모습은 영국인의 마음 깊은 곳을 흔들었다.

엘리자베스2세 여왕과 남편 필립공(1972년)
엘리자베스2세 여왕과 남편 필립공(1972년)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15개국 군주·영연방의 수장…세계 현대사 주요 지도자

여왕은 영국의 최강 소프트파워이면서 영연방을 넘어 세계 현대사에 큰 획을 그은 지도자이다.

여왕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미국의 부상과 식민지의 독립으로 대영제국의 위상이 무너지는 위기에서 영연방을 유지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해 영국의 영향력을 지켰다.

여왕은 1953년 대관식을 치른 뒤 바로 6개월간 영연방 순방에 나서 결속을 다졌다. 호주, 뉴질랜드는 영국 왕으로서 첫 방문이었고 인도도 50년 만에 찾았다.

영국은 인구 6천700만명의 섬나라지만 영연방은 약 25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30%에 달한다.

여왕은 해리 트루먼부터 조 바이든까지 재위기간 미국 대통령 14명 중 13명을 만나고 중국 등 세계 100여개국을 방문하는 등 외교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교황과 각국 정상부터 유명 과학자, 운동선수, 연예인까지 다양한 이를 만나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대중적으로도 친숙한 이미지를 쌓았다.

아일랜드에는 2011년에 영국 왕으로선 처음으로 방문해서 과거사에 관해 유감을 표했다.

1999년엔 한국을 찾아서 안동 하회마을 등에서 생일상을 받았고 김대중·노무현·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

◇유머와 친화력 겸비한 구심점…21세기 새로운 군주제 모델

여왕은 왕실 무용론이 퍼지지 않고 21세기에도 군주제가 유지되도록 지켜냈다.

사실상 여왕 개인의 인기로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왕은 여론조사에서 늘 압도적 1등을 기록했다.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2세 여왕(1964년)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2세 여왕(1964년)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021년 3월 여론조사업체 입소스(Ipsos)의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영국인 59%는 왕실이 영국을 전통 있는 나라로 보이게 한다고 답했고 28%는 강해 보이게 한다고 했다. 왕실로 인해 불평등한 사회로 보인다는 답은 19%에 그쳤다.

여왕은 1953년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치른 장엄한 대관식은 사상 처음으로 TV로 생중계됐는데 2천700만명이 지켜봤다.

이는 전후 내핍을 견디며 제국의 영화가 사그라드는 것을 목도하던 영국인에게 자부심을 주고 대외적으로 위상을 높이는 효과를 냈다고 평가받았다.

품위있게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100세가 가까운 고령에도 호기심 가득하고 유머 있는 모습도 계속 사랑을 받았다. 무거운 자리이지만 여왕은 평생 그 역할을 즐겼다.

여왕은 1957년 TV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시작하고 유튜브와 SNS도 일찍 도입하는 등 변화에 빠르게 적응했다. 호주에서는 처음으로 일반 사람들 가까이 다가가 걷는 등 대중 친화적 행보를 보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개회식 영상에 '본드걸'로 출연했고 코로나19 때는 대국민 담화 메시지로 위로와 격려를 보냈다.

1953년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 대관식
1953년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 대관식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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